안녕하세요? 어느 샌가 겨울이 성큼 다가왔네요. 그 어느 해 보다 덥게 느껴졌던 올 한 해 였는데... 아마 아기가 뱃속에 있어 더 덥게 느껴졌었나봐요.
우선 큰선생님 이하 원장님과 여러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어쩌면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이야기에 지나지 않겠지만 저같이 불안에 떨고 계실 임산부 여러분께 작은 희망(?)이나마 드리고자 제 이야기 좀 할께요.
충주 홍익요가문화원의 문을 두드린 게 지난 9월 중순, 그러니까 출산일을 약 한달 반 정도 남겨 둔 때였습니다. 남편이 요가를 하겠다고 해서 따라간 길이라 뭐가 문제였는지 모른 상태에서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입덧도 비교적 가볍게 지나갔고,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대로 열심히 먹어서 그런지 그 무렵 살이 거의 20kg이 늘었으니 얼마나 몸이 무거워보였겠습니까? 임신 후 운동이라곤 주변 호숫가를 산책하는 정도였고, 일주일에 2-3회 가벼운 수영정도였습니다. 직장에서도 늘 앉아있었기 때문에 자세도 많이 구부정해서 남들로부터 어깨가 삐뚤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죠.
처음 상담을 받던 날 선생님들께서 수련지도 하시면서 봐주신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열심히 하체 운동을 더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수련시간마다 특별히 더 신경써주시고 동작을 체크해주시면서 임산부들에게 좋은 여러 자세들을 숙제로 내주셨습니다.
이렇게 수련하면서 그동안 너무 내 몸에 대해 무책임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를 위해서라도 수술을 하는 상황은 꼭 막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38주가 되자 애기가 좀 크다는 이야기를 듣고부터는 많이 초조했습니다. 수술하게 될까봐서요, 이후로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습니다. 등산도 하면서요.
11월 4일 저녁 , 그날도 수련을 하고서 출산 예정일 막달에는 호흡하는데 더 집중하라는 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집에 와서 수련을 하던 참이었습니다. 내일이 예정일로 다가 왔는데 전혀 신호가 없어서 걱정하던 차였습니다.
밤 10경 생리할 때처럼 아랫배가 살살 아프더니 이내 소량의 피와 소변 같은 액체가 흘러나왔습니다. 양수가 먼저 터진 걸 직감하고 이것저것 출산에 대비해 짐을 챙겨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내진을 해보더니 양수가 터지긴 했는데 진통 간격이 규칙적으로 5분이 되고 지금보다 강도가 더 세어지면 다시 오라고 돌려보내더군요. 저도 병원 침대에서 진통을 겪느니 집에서 편안한 맘으로 기다리기로 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와 배가 아파서 도저히 자리에 누워 있을 수 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수련 해온대로 진통이 올 때마다 박쥐자세와 교호 호흡 등을 하면서 그렇게 기나긴 밤을 보냈습니다.
호흡을 하는 동안 신기하게도 통증이 덜 해지는 걸 느끼고는 평소 호흡수련을 좀더 열심히 할 껄 하며 약간 후회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9시경 대충 아침밥을 먹고 병원에 갔습니다. 가족분만 대기실이 있어 남편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심적으로도 많이 위안이 되었어요. 그 시간쯤이면 진통의 간격이 5분에서 줄어들만한데 진행이 계속 지연이 되고 있어 촉진제를 맞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부터 갑자기 통증이 강도와 빈도가 심해지면서 생각했던 것 보다 무척 아팠습니다. 호흡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면서 몸을 최대한 이완하려 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저히 코로 호흡을 할 수 없었고 결국 입으로 풀무호흡을 하면서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옆에서 남편이 조용히 하라고 할 정도로 말이죠. 소리를 지르면서도 제자신이 부끄러웠지만 이성으로 통제를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습니다.
임산부요가 책에 씌여진 산모들의 수기에서 보면 오랫동안 수련 하신 분은 거의 무통에 가까울 정도의 체험을 하신분도 있었는데 전 그러지 못했지요. 아마 수련을 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가봐요.
오후 3시경, 서서히 저도 지쳐 가고 있었구요 진이 다 빠져 살짝 잠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더니 얼마 있지 않아 자궁이 거의 다 열렸다면서 분만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밀려 내려오는 느낌이 나면 호흡을 참고 변 볼 때처럼 힘을 주라고 하더군요. 통증이 있을 때 마다 이완을 하려던 것과는 반대로 이젠 힘을 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힘이 제대로 전달이 안된다면서 더 힘을 주라고 하더군요. 순간 연구원의 여러 선생님들께서 하신 얘기가 스쳐지나갔습니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아기의 머리가 보인다고 하면서 분만대로 급히 옮기고는 다시 힘을 주라고 하더군요. 얼굴에 열이 오르면서 숨이 막혀서 숨을 쉬고 싶었지만 여기서 힘을 빼면 아기가 더 힘들어 질 것 같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걸 참고 힘을 주었습니다.
그러더니 뭔가 묵직한 것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니 이내 곧 내 배위에 따뜻하고 기분 좋은 무엇인가가 올려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로 우리 아기였죠. 남편은 탯줄을 자르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3.8kg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 해냈구나! 해냈어, 나도 자연분만했어,’ 라는 기쁨으로 아기를 바라보았습니다.
지금은 출산 후 한달이 다되어 갑니다. 미리 준비해둔 홍화씨를 먹으며 산후 조리도 잘 하구 있구요, 아들 태환이도 엄마 젖이 모자랄 정도로 잘 먹고 잘 크고 있답니다.
가끔 기지개를 켜는데 제 눈에는 ‘늘이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구요, 기분 좋을 때 입을 동그랗게 오무려서 ‘오~’ 하곤 하는데 마치 ‘옴 만트라(소리명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진통과 분만 내내, ‘한 달반의 수련 기간 이었지만 그 짧은 기간이나마 수련을 하지 않았다면 전 결코 자연 분만은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련을 하면서 몸을 늘이고, 이완하고, 힘도 길렀기 때문에 가능했고, 또 실제 출산 과정에 요가의 많은 자세와 호흡이 적용된다는 걸 직접 체득하였습니다. 호흡수련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쉽습니다만 둘째아이를 가지게 되면 수련도 더 열심히 하고 명상도 해서 지금보다 더 잘할 자신도 생기구요, 주변에 임산부를 보면 반드시 요가를 하라고 적극 권해줄 생각입니다.
수술을 하더라도 요가 수련을 하면 훨씬 몸의 회복도 빠르고 아기도 건강하니까요.
다시 한번 큰선생님 이하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요가를 시작할 날이 기다려지네요. 그때 까지 다들 건강하세요.
2004년 12월에 송O선 드림 (우리 아들 태환이에용..^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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