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체험기- 하늘이 내린 선물 하늘이 내린 기회 (2부)
아, 이거였던가. 그때부터 난 ‘어머니’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적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정말 이거였구나! 그래도 의식을 놓지 않으려 애쓰며 호흡에 집중하면서 잘 참고 있었는데, 어느 때부턴가 참을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이 밀려왔다. “앞으로 이보다 더 아프나요?” “그럼요. 그러니까 애 낳기가 쉽지 않다고들 하잖아요.” 나이 많은 간호사의 위로가 왜 그리 내겐 섭섭하게 들리던지……. 그때부터 의사는 힘을 주라고 했다. 처음엔 어떻게 힘을 줘야 할지 몰라 애를 먹었다. 그러자 의사가 힘주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데, 바로 바람빼기 자세로 엉덩이에 힘주는 동작이었다. 아, 그거! 요가수련을 하고 있다 생각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해지면서 자신감도 붙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옳지, 잘한다!” 소리가 응원구호처럼 들려왔다. 조금 더 지나자 뼈 속 깊은 데까지 힘이 들어가며 몸이 마구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의식을 놓아서는 안 되겠다 싶어 심호흡을 하며 몸의 흐름에만 집중했다.
분만의 주체는 산모보다 태아라는 선생님 말씀이 생생히 떠올랐다. 폭풍 같은 진통이 계속 밀려오고 드디어 분만대 위에 올라갔다. 더 이상 아기를 고생시키지 않고 한 번에 끝내리라 마음먹고 호흡 한 번에 힘을 끝까지 주었다.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내쉰 숨도 멎은 상태에서 마지막 힘을 내뱉으니 급기야 뭔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고“응애!”하는 소리가 분만실에 퍼졌다. 그 때가 낮 12시 30분. 3.15kg의 건강한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감동의 순간이었다.
“잘한다고 칭찬해 주셔서 감사해요. 도움이 많이 됐어요.” 뒤처리가 모두 끝난 후, 산파 같은 간호사에게 말을 건네니까, “아니, 정말로 잘하셨어요. 그렇게 낳는 거 쉽지 않아요.”한다.
정말 그렇게 낳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면 쉽지 않은 노력의 과정은 모두 홍익요가연구원에서 쌓아온 내공의 힘 덕분이 아닐까 싶다. 여러 선생님들의 말씀처럼 힘든 수련의 과정이 분만의 고통을 미리 나누어서 겪는 것임을 절감했다. 몇 주에 거쳐 서서히 자궁문이 열리기 시작하여 분만실에 들어섰을 때는 6cm나 열린 상태에서 시작했으니 그 만큼의 선물을 받은 것이 아닌가.
출산 때까지 아무 탈 없이 갈 수 있을까, 자연분만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고 의구심이 들던 임신 초기를 생각하면 실로 감회가 깊은 날이었다.
그러나 임산부 요가의 목적은 단지 몸이 유연해지고 분만의 고통을 줄이자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큰선생님의 말씀처럼 동작과 호흡, 명상을 통해서 태아에게 엄마의 기운을 전하고 나아가 엄마와 태아 모두 건강한 몸과 맑은 정신을 갖도록 하는 데에 그 본래 의미가 있음을 수련과 출산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다. 어찌 보면 요가 수련은 거창한 목적과 풍성한 결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의 과정,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집에서 홍익요가연구원을 걸어서 매일 오가는 동안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산책의 즐거움을 맛본 것도 뱃속의 아기에게 참 좋은 태교였다고 생각한다. 호흡 수련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는데, 그래도 조금씩 노력한 끝에 분만시에 꽤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옴 만트라 또한 그저 배운대로만 열심히 했는데, 요즘 2개월 된 선우가 엄마의 ‘아-, 우-, 옴-’ 소리에 쉽게 울음을 그치는 걸 보면 뱃속에서 듣던 편안한 소리를 분명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 위력에 감탄할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산후요가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수련에 임하고 있다.
아기를 갖게 된 것이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면 요가 수련은 하늘이 내린 기회였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련하여 자연분만의 충만한 기쁨과 더불어 건강한 삶을 위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김O해씨*- 중앙여중 교사. 힘든 임신 기간중에 깨닫기주말학교 제 23기를 수료하고 무사히 예쁜 딸아이를 순산했으며 지금은 다시 교단에 서 계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