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요가수련으로 준비한 자연분만, 그리고 무통분만 김O정 요가로 임신과 출산까지 요가를 만나지 못했다면 임신과 출산은 나와는 먼 이야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내 몸과 마음은 요가를 만나기 전과 후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요가로 재건되었다고나 할까. 타고난 체질과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건강상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특히 자궁과 생식기 쪽 기능이 약했던 탓으로 20대 때는 무월경, 생리불순 등으로 고생을 했었다. 오랜 기간 병원을 다녀도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가 꾸준한 요가수련과 자연섭생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되면서 비록 30대 끝자락에 찾아온 임신이지만 몸도 마음도 20대 때보다 더 건강한 상태로 맞이할 수 있었다. 근거있는 자신감 임산부요가 교재인 『쉬운 요가 편안한 임신』의 책 제목처럼 요가를 통해 정말 편안한 임신기간을 보냈다. 임신을 했다고 해서 특별히 뭔가를 더 한 것은 아니다. 임신 이전과 같이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자연식을 먹으면서 꾸준히 수련했다. 본부에서 지도자생활을 하면서, 임신 기간 내내 일반수련 지도를 하면서 틈틈이 임산부요가를 했다. 정성스럽게 구령을 하고 수업 지도를 하고 수련을 하는 모든 것이 태교라고 생각하면서 일상을 보냈다. 달이 찰수록 배는 점점 불러왔지만 호흡에 더 맞추고 집중해서 생활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특별히 몸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처음 맞이하는 출산이 전혀 두렵지 않았고 쉬운 출산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동안 요가를 통해 호흡과 동작을 맞추는 연습을 꾸준히 해왔고, ‘통증도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큰선생님의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쉬운 출산 출산 예정일이 지나고 4일째 되는 날 늦은 아침. 전날까지 수련지도를 했기 때문에 그날도 출근준비를 했다. 출근 전에 간단하게 아침수련을 하는데 간헐적으로 자궁 수축이 느껴졌다. 통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설마 진통일까 싶었지만 10분, 8분으로 수축 간격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협회장님께 통화로 상황을 말씀드리니 ‘임신 중 요가를 한 경우 통증이 심하지 않고 진행이 빠르니 출산할 곳으로 이동하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 출근한 남편을 집으로 소환하고 점심때쯤 출산하기로 한 조산원으로 이동했다. 그때까지도 통증 없이 자궁 수축만 느껴졌기 때문에 조산원 근처 식당에서 여유롭게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2시경 조산원에 도착했다. 조산사께서 내진을 해보시더니 자궁문이 8센티 정도 열렸다며 빠르면 그날 밤이나 다음 날 새벽에 낳겠다고 하셨다. 내진을 하고 나니 그때부터 자궁 수축이 있을 때 미미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진통을 촉진시키기 위해 호흡에 맞춰 허리돌리기를 계속 해서 진통 간격은 2분 정도가 되었지만 생리통 정도의 통증이었기 때문에 대기실은 고요했다. 얼마나 아무렇지 않아보였으면 함께 온 남편은 잠 좀 자겠다며 필요하면 깨우라고 했는데 살짝 마음이 상할뻔했다. ^^;; 호흡에 맞춰 힘주기 세 번! 진통간격이 1분 이하로 떨어지면서 그제서야 통증이 좀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극심한 생리통 정도라고나 할까? 하지만 배우고 익힌대로 호흡으로 통증을 밖으로 내보낸다는 생각으로 호흡을 하다 보니 아프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래쪽으로 아기 머리가 꽉 끼는 느낌이 났고 서둘러 분만대에 올랐다. 그때부터는 오로지 ‘힘줄 때 호흡!’생각만 했다. 분만대에 오른 지 15분 만에 건강한 딸이 가슴에 안겼다. 그때가 오후 6시 경이니 총 진통 시간은 4시간 정도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출산을 한 것이다. 조산사께서는 40년 이상 아기를 받았지만 이렇게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쉽게 아기 낳는 사람 처음 본다고 하셨는데 나는 이 모든 것이 요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가의 힘은 쉬운 출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진정한 요가베이비 이제 7개월이 된 요가베이비 송연이는 항상 기분이 좋아 눈을 마주치면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면서 방긋방긋 웃어 준다. 늘 기분 좋게 웃어 주니 엄마 아빠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잠도 어찌나 잘 자는지 저녁에 잠자리에 눕히면 소리 없이 잠들고 다음날 아침에 수유하러 방문을 열면 혼자 깨서 놀고 있다가 함박웃음을 지어 준다. 잠을 충분히 잘 자니 노는 것도 잘한다.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사람을 관찰하거나 요가동작을 하면서 놀기 때문에 장난감도 별로 필요가 없다. 혼자서 하는 쭉쭉이부터 시작해서 누워있을 때는 모관운동을 그렇게나 하더니 뒤집기 시작해서는 코브라 자세와 보트 자세, 최근에는 기합소리까지 넣어가면서 개가 기지개켜는 자세와 고양이 자세를 번갈아 가면서 지치지도 않고 해낸다. 100일 이후부터는 함께 본부 임산부요가아카데미에서 산후요가를 하는데 요가 동작을 어찌나 집중해서 관찰하는지 요령을 피울 수도 없다. 집에서도 칭얼대다가도 엄마가 요가수련만 하면 뚝 그친다. 뱃속에서 구령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구령을 같이하면 초집중상태가 된다. 진정한 요가베이비가 아닐 수 없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걱정 말고 글을 마무리 하라는 듯 혼자 놀면서 미소를 보내주는 아기를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낳기는 했지만 과연 이 아이를 내가 낳은 것인가?’라는 생각. 홍익요가연구원을 만나지 못했다면, 큰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지 못했다면, 함께 공부하고 배려해 준 동료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도장을 지지해 주는 회원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을뿐더러 이렇게 순하고 사랑스러운 아기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요가로 인해 만난 인연이리라. 요가를 통해 또 앞으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나갈 아기의 미래를 응원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