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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첫아기를 수술로 낳고도 둘째는 자연분만에 성공!
등록일 2006-01-17 조회수 17395

첫 아이를 임신하고 나름대로의 태교에 열을 올리던 즈음 우연히 백화점 문화센터의 안내지를 보고
임산부요가를 접하게 되었다. 그저 임신 중에 할 수 있는 운동쯤으로 생각하고 수련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요가는 그동안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내게 새로운 세계로 다가왔다.
모체(母體)로서 새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의무랄까, 자연의 순리랄까,
아무튼 생명의 존엄성과 자연분만의 중요성에 관해 지금까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에
눈 뜨게 되었다.
뒤늦게 뱃속 아기의 건강과 순산(자연분만)을 목표로 정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수련을 하게 되니
자부심도 생기고 아기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한 켠에는 ‘이 정도면 되겠지’하는 자만심도 함께 있었을까?
몇 달이 지나면서 쉽게 출산할 수 있으리라는 안일한 생각에 알게 모르게 젖어들었던 것 같다.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의지를 갖고 인내하려는 마음은 조금씩 잃어가면서….

출산일. 정작 진통이 길어지자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마음이 흔들리니 자연히 호흡마저 놓치고 말았다.
결과는 예상치도 않았던 제왕절개! 아기는 자연이 준 방법대로의 소중한 출산기회를 빼앗긴 채
세상과 첫 대면을 하게 된 것이다.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고 혼자서만 잘난 척 의기양양하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산후조리 기간동안 전통적인 방법대로 미역국 많이 먹고 젖먹이고 요가연구원 선생님들의 지도대로
가벼운 산후요가 동작들을 반복하면서 수술로 상처입은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임신 중의 요가와 산후요가를 수련한 덕분에 회복이 무척 빨라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그 뒤로 몇 달 지나 본격적인 산후요가를 수련하기 시작했다. 둘째 아기를 가질 계획도 있었고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첫 출산을 교훈으로 삼아 보다 겸손한 자세로 수련하여 두 번째에는
꼭 자연분만하고 싶었기에 새로운 각오로 임했다.
내게는 산후요가가 바로 둘째아기의 임신과 자연분만을 준비하는 임신 중의 요가나 마찬가지였다.
규칙적인 수련과 자연식, 그리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등의 자연적인 생활을 강조하시는
요가연구원 선생님들의 가르침은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고 나약한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힘이
되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이미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져 있는 입맛, 그에 따라 알게 모르게
약해져 있는 몸, 스트레스, 불규칙하고 복잡한 일상생활. 그런 것들에서 빠져나오는 것부터가
쉬운 일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더 큰 어려움들은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나서부터 시작되었으니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까. 한번의 수술로 자궁은 약해져 있었고 임신 초기엔 유산의 위험, 중기엔 기형아의 우려,
역아(逆兒) 등 적잖이 마음 졸이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양수검사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한 달동안은 자포자기하는 심정까지 들었다.
요가연구원 선생님들의 격려와 도움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그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을지
지금 생각해 보아도 아찔하기만 하다.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그토록 힘들고 어려운 일임을
새삼 절감하면서 하루하루, 한달한달을 지내자니 자연히 큰 공부가 되었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자연분만은 둘째치고 뱃속 아기가 건강하기만을 빌며 한없이 겸허한 자세가 되었으니….

수련과 더불어 선생님들께서 권유한 것이 바로 ‘옴’ 만트라(aum mantra, 소리명상)였다.
나는 불경(佛經)과 함께 틈틈이 ‘옴’ 만트라를 통해 갖은 번민으로 들끓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호흡도 조절할 수 있었다. 9개월째에 역아(逆兒)였던 아기가 바로 돌아왔던 것도
만트라 수련의 덕이 아닌가 한다. 만트라 수련을 통해 호흡 연습을 충분히 하게 되었으니
출산시에도 큰 도움을 받았음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욕심을 버리고 몸의 흐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자연의 흐름에 나를 맡길 수 있었다고 하면 될른지.

한고비 한고비 어려움을 넘기며 어느덧 예정일을 맞았다.
요가연구원 선생님들께 골치아픈 존재였던 내가 드디어 그에 보답하는 일을 해냈다.
자연분만에 성공한 것이다. 병원에서도 위험하다며 꺼리는 ‘제왕절개 후 자연분만’을 그것도 갖은
문제점을 안고 있던 내가 해내다니!
스스로도 의외일 만큼 빠른 진행으로 아기를 낳고 핏덩이를 바로 가슴에 안은 순간의 감격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출산의 기쁨!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순조롭지 않은 과정이 있었기에 몇 배나 큰 기쁨이었고 요가연구원 선생님들께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아기에게도 비로소 떳떳한 엄마가 된 것은 물론이고.

엄마에게 출산의 기쁨을 안겨준 효녀 딸내미는 지금 모유를 먹으며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젖도 잘 나와서 충분히 먹이고도 남아 짜내야 할 정도이다.
아기는 뱃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서인지 단단하고 야무지기가 차돌맹이같다.
남은 과제는 예쁜 아기 더욱 건강하게 키우는 것과 내 몸 만들기다.
아기 돌보는 틈틈이 집에서나마 산후요가를 하며 게을러지는 자신을 다그치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점 투성이지만 그러기에 발전 가능성이 더 큰 것이 아닐까라며 스스로 위로해 본다.

아직도 나는 요가의 참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겨우 인연을 맺었을 뿐이지만 두 번의 출산을 통해
내 건강의 문제점들은 충분히 깨달았고 어찌보면 그것을 풀어갈 방법도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가를 통해 자연 상태에 가까이 가는 것, 조화로운 몸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나를 위해 할 일이라
생각한다. 내 가족과 함께….

*김O중님:서른살 넘어 첫아들 정현이를 제왕절개 수술로 낳은 뒤 오빠를 똑닮은 둘째인 딸 정인이를
자연분만으로 낳았습니다. 무엇보다 요가를 통하여 자신감과 사랑을 다시금 알게 된 것이 감사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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