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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체험기



주제 서른 다섯의 초산 준비된 임산부는 다르다
등록일 2005-12-01 조회수 6609

우리 미르가 태어난지 어느덧 팔개월여. 출세(出世)하여 아주 순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작년은 제 생애에 있어서 아주 특별한 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 미르를 처음 만났던 순간은
아직도 또렷합니다. ‘응애응애’ 힘차게 울던 아주 자그마한 꼬맹이의 손을 잡으며
‘엄마야, 우리 아가구나’했을 때 울음을 그치고 마주 보던 아기의 초롱초롱한 눈빛.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것은 안경을 벗으면 세상이 온통 흐릿하게 보이는 약시인 제가 그 순간만큼은
우리 딸네미의 얼굴을 아주 선명하게 보았다는 것입니다.
만약 저도 모르는 사이에 출산이 진행되었다면(제왕절개하여 낳았다면) 그런 감격의 순간을 맞을 수
없었을 겁니다. 참으로 기쁘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으며 저처럼 생명을 키우고 낳을 딸아이였던
것은 더욱 흐뭇한 일이었습니다.
늦게 결혼하여 첫아기를 9주째 유산하고 다시 서른 다섯에 아기를 가졌을 때는 아주 많이
불안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분만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에 막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 아기가 인위적인 힘에 의해 세상을 보게하고 싶지않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TV에서 본 문명세계(?)가 아닌 자연속에서 묻혀사는 지구촌 어디에선가 ‘웃으면서 출산하던
산모’가 생각납니다. 산기가 오자 남편이 순산에 도움이 되는 호르몬 성분이 들어있는 나뭇잎을
손으로 비벼 짖이기고, 서너살쯤 되었을 만한 큰아이의 ‘동생을 잘 낳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은 침과
섞어 산모의 배에 부드럽게 문질러 주었습니다.
그렇게 가족의 힘을 모아 중력을 이용하여 반쯤 선 자세에서 웃으면서 일상사처럼 자연스럽게
출산하더군요. 예전에 우리 어머님, 할머님들도 일하시다가 아이를 쑥쑥 잘 낳으셨다지요.
첨단의료시대가 도래했다는 현재.
정기검진하러 병원을 오가면서 순리대로 풀어갈 자연스러움에 틀에 박힌 의료지식으로 자꾸 사람의
손을 대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어느 의사는 교과서에는
서른 다섯이상은 제왕절개를 하게 되어있다고 말을 하기도 하고 양수가 좀 부족하다며 수술을
유도하는가 하면, 또 어느 의사는 예정일이 남아있는데도 초음파상으로 아기가 작다는 이유로
유도분만을 미리 하자고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나이가 많은만큼 더 열심히 수련해서 유연성과 탄력성을 기르고, 양수가 좀 적어도
출산속도가 빠르면 크게 문제없을 거야’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아직 시일이 남아있는데 포기하지말고 끝까지 정성을 다하라.
수련을 열심히 한 임부의 분만은 일반적인 케이스와 잣대에 맞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다.
바로 그것이 수련의 힘이다. 정성을 다하면 하늘도 아기도 화답할 것이다’라는 선생님들의 격려와
풍부한 경험이 일조를 했습니다. 그리고 별로 힘들이지 않고 2.9Kg의 작지만 야무지고 단단한
딸아이를 자연대로 낳았습니다.
제 직업이 약사인데도 자연분만을 위한 수련엔 문외한이라 사전지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임신 4개월이 다 되어서야 임산부 요가책을 구하여 시늉만 내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임신 6개월이
되어서야 한겨레 문화센터의 <자연분만을 위한 임산부 요가교실>을 다녔습니다.
늦게 시작하였지만 아직 백일이 남아있으니 노력하면 잘될 것이라는 선생님들의 격려와 임신중에
수련을 하면 출산당일의 큰 고통을 미리 조금씩 나누게되어 덜 힘들게된다는 말씀이 저에게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수련하는 시간만큼은 뱃속의 아기와 저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처음 동작을 배울 땐 어려움도 있었으나 여러날 하고나니 동작도 수월해지고 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몸동작 후 잔잔한 음악과 함께 쉬는 참에 예전에 다녔던 아름다운 산, 물, 바다도 떠올리고 호흡법도
익혀 차분하게 나를 다스릴 수 있었던 참으로 유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날 때는 엄마보다 열배나 더 힘들다고 합니다. 가끔씩 게을러졌지만 아기에게 세상으로
나올 때 덜 고생스럽게 빨리 나오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집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한시간여씩 수련하였습니다.
골반펴기를 할 때는 한 매듭마다 ‘골반아 쑥쑥 펴져서 우리 아기 쑥쑥 잘 나오게 해주렴’하고 주문(?)을
외우기도 하고, 마지막 정리를 할 때는 하늘의 기운, 땅의 기운, 사람의 기운을 모아 세상의 모든
아기들이 자연스럽게 태어나게 해달라고 두손을 모아 기원도 하였습니다.
덕분에 부기없이 출산 때까지 가볍게 몸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기도 엄마 뱃속에서 열심히 수련을 하는지 수련할 때면 다른 어느 때보다 태동을 많이
하였습니다. 출산 전날까지 불규칙한 진통중에도 쉬어가면서 한시간여를 수련하였는데
이런 것들이 진통이 왔을 때 안정감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0월 7일 몇일전부터 가진통이 있었으나 그것과 다른 느낌의 진통이 오면서 이슬이 비치고
오후 9시까지 진통이 불규칙하게 오락가락하였습니다. 오후 9시가 되자 10분 간격의 규칙적인
진통이 왔고 30-40초의 진통중에 고양이자세로 엎드리니 참을 만하였습니다.
그리고 10월 8일 0시쯤 진통 5분 간격으로 오자 병원으로 가서 새벽 1시경에는 4분 간격 진통,
3분 간격의 진통까지는 파도의 물결타듯 심호흡만으로도 여유있게 참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진통이 잦아질수록 우리 아기를 빨리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힘들 때면 배운대로
휴식자세로 몸을 완전히 이완시켜서 쉬고(그렇게 하니 진통이 좀 덜했습니다) 그러다가 힘주기를
반복, 아기한테도 우리 힘내서 빨리 만나자고 격려하면서 분만대에 올라 저절로 세 번 힘주니
반가운 우리 아기의 힘찬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시간이 아침 7시 11분. 여전히 파란 하늘이
보이고 선생님들의 격려대로 수월하게 자연분만을 해냈습니다.
건강하고 예쁜 우리 미르를 만날 수 있게 온몸으로 도움을 주신 선생님들께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제 직업이 다른 사람의 건강을 상담하고 관리하는 것인데도 수련을 통한 출산의 경험은 사람의 몸과
건강, 정신 그리고 생명에 관하여 새로운 인식과 체험을 심어주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으며 지금도 딸을 통해 배우고 있답니다.
이렇게 태어난 우리 딸네미가 갓난아기때 늘 손을 영웅자세 모양으로 하며 잠들어서 웃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 아기가 엄마보다 수련을 더 열심히 했나봅니다.
또 저에게 하체운동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여 선 자세의 동작을 많이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하체가
튼튼하여 서 있기를 좋아하고 벌써 손잡고 걸음마를 잘 하는 우리 미르랑 이제는 사자자세를 하면서
마주 웃곤 합니다.
이렇듯이 확실히 임신중에 수련하면 수월하게 자연분만을 하고 임부의 건강을 지켜줄 뿐 아니라
태아에게도 정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매일 새삼스레 느낍니다.
또한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항상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기보다 해결하기위한
실천을 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모든 아기 엄마되실 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제는 제 딸아이와 함께 수련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효녀인 딸 덕에 잠시 맛본 요가지만 참 매력적입니다.
아기 엄마되신 분들은 건강한 아기 엄마되시길, 아기 가지신 분들은 건강한 출산의 기쁨을 누리시길
소원합니다.




*김O미 : 약사. 한겨레신문사 문화센터에서 <자연분만을 위한 임산부 요가>강좌를 들었다.
“큰선생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졸다가 죽도(竹刀)로 어깨맞은 느낌입니다.
선생님들께 말로는 다 못하지만 항상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글과 함께 전하였다. 참고로 아기 이름인 ‘미르’는 용(龍)의 순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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