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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체험기



주제 나와 요가, 그리고 아가
등록일 2005-12-28 조회수 12730

내가 요가를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나는 평소 건강한 편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별다른 이유없이 가끔씩 허리가 아파 심한 경우에는 앉고 일어서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그러니 임신을 하여 몸무게가 늘고 배가 나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같아 뭔가 몸에
무리가 가지않는 부드러운 운동을 하여 허리를 달래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중 한 문화센터에 ‘임산부를 위한 요가반’이 개설돼 있음을 알고 주저없이 등록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요가가 나에게 임신 동안의 건강과 순산에 이 정도로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줄은 그때만 해도 몰랐었다.

임신초기에는 입덧이 심해 한달 이상 거의 먹지를 못했다.
그러나 입덧이 끝나자 하루가 다르게 몸이 무거워지고 혈액순환도 원활하지가 않아 손이 붓고
다리에 쥐가 나는 일이 잦았다. 요가를 시작한 건 바로 그 무렵이었다.
처음엔 혼자서 하려면 10분 이상 지속하기가 어려웠으나 점차 익숙해지면서 하루에 40분 가량은
늘 요가를 했다. 요가를 시작한 지 3주쯤 되자 벌써 손이 붓고 다리가 저리는 현상이 없어졌다.
임신기간 내내 허리도 아프지 않고 가뿐하게 다닐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남자에게는 군대이야기가 평생 무용담이요, 여자에게는 출산경험이 평생 무용담이라 했던가.
출산의 과정이나 진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정말 무어라 설명하기가 어렵다.
유난히 비가 많았던 올 여름,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이고 모든 사물이 도려내질 듯 선명하게
빛나던 날 나는 첫 아이를 낳았다.
내 경우는 출산 이틀 전부터 진통이 왔지만 그 간격이 불규칙했다.
진통이 사흘째로 접어들자 간격이 10분-30분으로 점차 빨라졌다.
가만히 살펴보니 누워서 쉬면 진통간격이 좀 멀어지고 움직이면 좀 더 규칙적으로 자주 오는 것 같았다.
마침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아프다고 언제까지 누워서 기다릴 수도 없고 해서 오후에 남편과 함께
장을 보러 갔다. 진통은 이제 10분 간격으로 오고 있어 걷다가도 진열대를 붙들고 쉬기를 여러번
해야 했다. 집에 와서 저녁을 준비하는데 5분 간격으로 아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서둘러 병원에 갔다가는 힘을 잘 못쓸 것 같았다.
남편의 도움으로 저녁을 짓고 진통이 올 때마다 심호흡을 해가며 미역국에 밥을 말아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서야 준비를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해 내진을 하니 자궁구가 3cm쯤 벌어졌다며 내일 아침정도에 아기를 낳겠다고 한다.
내일 아침이요? 나는 요가를 시작한 후로는 3시간 안에 아이를 낳겠다고 남편에게 큰 소리를
뻥뻥치곤 했었다. 그런데 내일 아침이라니, 그건 너무 멀었다.
어차피 겪어야 할 고통이고 과정이라면 그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최선이고 그를 위해 임신기간 내내 수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좌기간 동안 가슴깊이 새겨놓았었다. 그래서 마침 면회시간이라 침대에서 일어나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시간이 넘도록 그렇게 걸어다닌 것 같다.

분만대기실로 돌아오니 간호사가 이제 그만 침대에 누우란다. 내 상태를 보더니 새벽에는 아기를
낳을 수 있겠다고 한다. 나는 진통이 잠깐씩 멈출 때마다 팔을 반쯤 들어올린 채 모관운동을 했다.
한 40여분 지났을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게 급격한 진통이 시작됐다.
팔다리가 저절로 덜덜덜 떨리고 이가 딱딱 부딪혔다. 진통은 무섭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곧이어 양수가 터지고 금방이라도 아기가 나올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간호사들은 분만실로 나를 옮기며 아직 의사가 오지 않았으니 힘을 주지 말고 참으라 한다.
나는 풀무호흡을 하며 고통을 진정시켰다.
드디어 분만대에 오르고 의사가 준비를 마치자 아이가 나오려 하거든 힘을 주라고 한다.
나는 평소에 배우고 익힌대로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힘을 주었다.
이 한 호흡에 아기는 기다렸다는 듯이 힘차게 세상으로 나왔다. 아들이었다.
한번에 나와서인지 아기는 매끄럽고도 뽀얗게 예뻤다. 간호사들은 몇 십명 중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경우라며 초산이 맞냐고 몇번이나 되물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분만대 대기실의 침대에 오른 지 한시간 반만에 아기를 낳고 웃으며 분만실을 나올 수 있었다.

출산을 통해 느낀 것은 엄마는 그저 도와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아기들은 세상으로 나오려고 하는
강한 운명적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출산을 앞둔 사람이라면 너무 겁내지 말고 아기를 믿고
열심히 도와주기 바란다.
출산을 경험한 후 나는 더욱 요가를 믿게 되었다. 산후 요가로 아이를 안으며 생긴 손목과 팔, 허리의 통증도 없애고 몸매와 건강을 다시 잡고 있다. 이 모든 것과 쉽게 아이를 낳을 수 있었던 것이 다 홍익요가의 도움이라 믿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특히 임산부들) 요가로 자신과 태어날 새생명의 건강을 지킬 것을 권하고 싶다.


*이O민 : 프리랜서 작가. 한겨레 신문사 문화센터에서 임산부 요가 강좌를 듣고
산후 요가는 본 연구원에서 하였다. 과천에서 다닌 그 정성과 노력에 삼신할머니께서
감응하신 것같다는 뒷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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