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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출산! 여자만의 황홀한 축복
등록일 2009-03-23 조회수 30009

그다지 겸손한 성품도 못 되는 내가 특히나 더욱 잘난 척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아기를 쉽게 잘 낳는다고 자랑하는 것이다. 나는 아기를 둘 낳았다. 첫째 아기는 7년 전에 낳았고 둘째 아기는 6개월 전에 낳았다. 첫째를 출산할 때는 2시간 40분 걸렸고 둘째 때는 정확히 그 절반인 1시간 20분 걸렸다. 둘째를 낳고 혼자 조용히 쉬고 있는데 간호사가 “애기 낳는 체질이신가 봐요. 셋째도 낳으세요.”라고 말했다.
아기 낳는 체질이라니. 나의 어머니는 첫째인 나를 낳으실 때 사흘을 고통스럽게 진통하셨다고 한다. 내가 어머니를 닮았으면 분명 아기를 쉽게 낳는 체질은 아닐 것이다. 나는 겁이 워낙 많기 때문에 출산이 두려웠고 제왕절개나 무통분만도 무서웠기 때문에 안 아프게 자연분만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요가를 선택했다. 학교 선배 언니들이 홍익요가연구원을 추천해 주었다. 그렇게 찾아간 요가원에서 이희주, 장영세 원장님등 선생님들께서 아기 낳을 걱정이 늘어진 나에게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며 힘을 주셨다. 임신 기간 동안 열심히 수련했고 내가 원했던 대로 수월하게 아기를 낳았다.

첫째인 현욱이를 낳았을 때 나는 29살이었다. 출산 예정일이었던 그날은 마침 정기검진일이어서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평소대로 내진을 하더니 “어이쿠, 문이 1cm 열렸네요. 오늘 낳읍시다.” 하면서 즉시 입원하라고 했다. 배도 안 아픈데 침대 위에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허리 돌리기를 하고 골반 펴기를 했다. 간호사가 “배가 안 아프세요? 이상하다, 아파야 하는데.” 하면서 걱정을 했다. 배가 규칙적으로 뭉치는 느낌은 있었지만 아픔은 없었다.
그러다가 그 뭉치는 느낌이 1분 30초 간격으로 왔을 때부터 진통이 왔다. 진통은 과연 듣던 대로 아팠다. 남편과 함께 호흡을 하면서 고비 고비를 넘겼다. 호흡을 하지 않았다면 진통의 아픔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이 다 열렸을 때 내가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강한 힘이 아기를 밀어내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힘을 주라고 했을 때 힘을 주었더니 아기가 ‘캑캑’ 양수를 뱉는 소리를 내며 나왔다. 우리 아기가 세상에 나오면서 맨 처음 낸, 지금도 귓가에 선한 그 소리는 내가 맑은 정신으로 아기를 낳았기에 들을 수 있었던 귀한 선물이다.
진통을 느꼈을 때부터 아기를 낳을 때까지 걸린 시간이 2시간 40분이었다. 그 시간은 나의 몸이 극적으로 변화하고 움직이면서 너무나도 큰 일을 해 내는 데 걸린 밀도 높은 시간이었으며 내 정신은 그러한 과정의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함께 했다. 이는 요가의 동작을 할 때와 참으로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모든 과정을 옆에서 함께 한 남편은 막 해산을 한 나에게 “정말 존경한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이 남편에게 들은 어떤 말보다 좋았다.

둘째인 지민이를 임신했을 때는 나의 사정이 처음처럼 편안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하루 8시간, 주5일을 일해야 했고 30대 중반이었으며 8살짜리 아이도 있었고 남편도 너무 바빴다. 몸은 무겁고 배는 너무 커서 이미 6개월 때부터 만삭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요가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오후 5시에 퇴근하고 나면 몸이 지치고 또 집에서 현욱이도 기다리고 있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몸이 게으르기도 했지만 첫째를 쉽게 낳았기 때문에 둘째는 더 쉽지 않겠느냐는 자만심도 있었다.
그러다가 대학 동기를 만나 점심을 먹었는데 그 친구가 나의 그러한 생각을 깨 주었다. 그 친구도 홍익요가연구원에서 수련하고 1시간 만에 아기를 낳았는데 둘째 낳을 때도 쉽겠거니 하고 수련을 안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둘째 낳을 때는 경산인데도 5시간이 걸렸다고 하면서 나보고 지금이라도 시작하라고 했다. 그 얘길 듣고 정신이 번쩍 났다. 게다가 나는 6년 반 만에 하는 출산이 아닌가. 그래서 임신 8개월 때부터 다시 요가원에 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요가를 시작하니 그렇게 당기던 배가 편안해지고 무겁던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예정일을 2주 정도 앞둔 어느 아침에 일어나니 얼굴이 평소의 두 배로 부었고 이슬이 비쳤다. 갑자기 심장이 뛰고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현욱이를 학교에 보내고 출산준비물 가방을 쌌다. 예정일이 많이 남았고 배도 안 아팠기 때문에 그냥 핸드백 하나 달랑 들고 혼자 병원에 갔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남편과 양가 부모님께 “저 오늘 애기 낳을지도 몰라요.”라고 전화했다. 택시 아저씨가 나를 이상하게 봤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의사 선생님이 문이 2cm 열렸다고 빨리 입원하라고 했다. 나는 유유히 입원 수속을 밟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간호사 선생님은 내가 진통이 없으니 자궁 수축이 있는지 없는지 검사해야 한다면서 배에 벨트를 감아 주었다. 그것 때문에 허리 돌리기를 할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누운 골반 펴기를 했다. 남편이 왔고 우리는 손잡고 웃으면서 진통이 오기를 기다렸다.
진통이 2분 간격으로 서서히 오기 시작했다. 나는 고른 호흡을 하면서 신음 소리 하나 안 내면서 견뎠다. 문이 4cm 열렸고 아직은 참을 만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양수를 터뜨리면서 힘이 아래쪽으로 주어지면 부르라고 하셨다. 그런데 곧 아기를 아래로 밀어내려는 듯한 힘이 느껴졌다.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더니 간호사가 뛰어 와서 “아직은 아니에요... 앗! 문이 다 열렸네!” 하면서 바삐 움직였다. 힘을 주라고 해서 요가할 때처럼 숨을 내쉬면서 힘을 줬다. 그랬더니 간호사가 숨을 참으면서 힘을 주라면서 “에이~ 힘을 못 주네. 제가 배를 누르겠습니다.”라고 하더니 내 허락도 안 받고 무지막지하게 배를 눌렀다. 어찌나 세게 누르는지 배가 터질 것 같았고 그 바람에 아기가 나왔다. 정말 옥의 티가 아닐 수 없다. 진통이 올 때부터 아기가 나올 때까지 걸린 시간이 1시간 20분이었다. 우리 딸은 울지도 않고 두 눈을 또록또록하게 뜨고 있었다.

둘째를 낳고 나서 산후 조리를 잘 한다고 했으나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현욱이에게 신경을 쓰느라고 맘대로 되지 않았다. 처음엔 몸이 가벼웠으나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관절이 아프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보면서 내 몸이 아프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민이를 데리고 다시 산후 요가를 시작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여전히 관절이 아프지만 “내 몸이 나날이 좋아져 간다는 믿음을 가지고 수련에 임하셔야 합니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꾸준히 수련하고자 한다.

대학에서 교양국어를 강의할 때 여성학 자료를 읽게 되면 항상 학생들에게 묻는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성(性)으로 태어나고 싶은가, 아니면 다른 성으로 태어나고 싶은가. 대부분의 남학생이 다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하고 여학생 다수도 다시 태어나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한다. 그 이유는 놀랍게도 출산의 고통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은 여자만이 갖는 위대한 능력이며 비밀스러우면서도 황홀한 축복이다. 또한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고통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출산을 고통으로 인식하게 하는 사회가 안타까울 뿐이다.


오O숙님: 서강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계십니다. 늘 수련할 때도 차분히 한동작 한동작에 의식을 모아서 열심히 하셨었지요. 지민이는 엄마가 수련을 열심히 해서인지 눈망울이 정말 맑고 똘망똘망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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