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홍익요가연구원을 알게 된지 벌써 4년이 되가네요. 젊은이들이 흔히 그러듯이 저 또한 건강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살다 결혼해서 첫임신이 잘못된 후 망가진 몸때문에 시작한 요가였지요. 듣도 보도 못한 자궁외임신, 그것도 난소임신으로 한쪽 난소를 떼어내고 그 이후 개복수술의 후유증으로 심해진 생리통으로 2년여를 고생했습니다. 그러면서 하게 된 요가... 시간이 흐를수록 요가라는 것이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아주 많은 도움이 되는 걸 느꼈습니다. 마음의 평정을 찾아가는 길... 저에게 얼마나 도움이 됬는지 모릅니다. 더군다나 홍익요가연구원을 알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이였는지요. 단순히 요가동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맞는 자연섭생법, 그리고 선생님들이 일일이 신경쓰며 챙겨주시는 여러가지 것들, 그리고 명상수업 등 저에게 임신실패로 인한 충격을 서서히 줄여주었지요.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기다리던 아이 소식이 없어 참으로 속상하고 답답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어른들 뵐 면목도 없고, 사람들 만나는데도 자신이 없어지고... 여러 병원도 다녀보고 이것저것 몸에 좋다는 것도 먹어보고 했지만 또박또박 돌아오는 생리통으로 한숨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지요. 그나마 요가를 하며 제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습니다. 신촌 근처에 살 때는 그나마 요가원 다니기도 수월했는데 멀리 이사가고 난 후 요가원을 다니기 어려워지자 집에서 하는 게 한계가 있었습니다. 요가원에 나가 직접 수련하고 싶은 생각만 굴뚝 같았지요. 몇 개월 다녔지만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힘들더군여.
그러다 모든 걸 잠시 접어두고 취미생활에 몰두하려는 즈음 그렇게 아기가 저에게 왔지요. 아니 더 정확히 하자면 친정집에서 시들어가던 행운목 화분을 제가 살리면서 꽃이 피고 난 후 임신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도 꽃이 피였답니다. 정말 행운처럼 아이가 저에게 왔었어요.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 주위에선 저에게 꼼짝도 못하게 했어요. 어렵게 생긴 아기니만큼 조심조심했지요. 요가를 하고 싶은 생각만 굴뚝 같을 뿐...
그러다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병원에서 전치태반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첨부터 알려줬더라면 진작 요가원을 갔었을 것을...) 친정어머니가 암수술을 앞두고 저까지 이런 상태라 정신이 없더군여. 그런데도 젤 먼저 드는 생각은 요가원이었습니다. 수련원으로 젤 먼저 찾아갔지요. 역시나 이것저것 신경써주시니 맘이 벌써 편해졌답니다. 그리고 바로 수련을 시작했어요. 집이 멀어 가까운 친정에서 지내며 다니다 배가 점점 불어와 전치태반은 걷는 것조차 조심해야 한다고...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인천에서 홍대까지 직접 운전하며 빠지지 않고 나름 열심히 다녔지요. 한동안 안하다가 처음 요가 수련을 시작 했을 때 다리도 휘청거리고 어지러워 힘들었는데 날이 지날수록 점점 몸이 가벼워지고 내가 임신을 했나 싶을 정도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지요. 요가원에서 권해준 자연섭생법으로 꾸준히 먹었습니다. 이런 종합적인 것들 때문인지 정말 임신하면 허리도 아프고 힘들다고 하던데 전 정말이지 평소 몸과 다를 바가 없었지요. 아니 오히려 생리통도 없고 밥맛도 좋고 피부도 좋아지고 몸이 전보다 더 좋아졌지요.
그렇게 잘 지내고 있던 어느 날, 그날도 요가원에 갔다 와서 집에서 아프신 친정엄마에게 이것 저것 해드린다고 오래 서있었던 게 무리였던지 갑자기 출혈이 시작되었지요. 전치태반이라는 것이 그렇게 출혈이 있을 수 있다고 병원에서도 요가원에서도 말씀해주셔서 항상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막상 그렇게 출혈이 되니 갑자기 겁이 났습니다. 아직 출산예정일보다 한달반 이상이 남아있었지요. 바로 다니던 병원에 갔더니 입원을 권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루를 그 병원에서 자던 그날 밤 새벽에 출혈이 상당히 많이 나와서 응급으로 큰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지요. 새벽에 응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가는 것도 처음이라 긴장한데다 병원에서 출혈이 심해서 아기를 꺼내야 된다는 말에 곁에는 남편이 해외근무로 없어서 정말이지 암담하기 그지 없더군여.
젤 먼저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멍한 상태에서 또 젤 먼저 생각난 건 홍익요가연구원이였습니다. 새벽이지만 선생님들은 일찍 나오신다는 걸 알기에 요가연구원으로 급히 전화를 했지요. 선생님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맘이 차분해 지기 시작했어요. 호흡을 가다듬고 아이를 믿으라고... 다행스럽게 출혈이 멎어 병원에서 좀 더 지켜보기로 하고 산모대기실로 병실을 옮겨 그때부터 한달여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지요. 병원에서도 틈틈히 요가동작과 생식을 하며 몸을 추스렸습니다.
그렇게 한달여를 지내다 친정아버지의 위급한 대상포진 소식으로 맘이 편치 못한 날 잠을 잘 못자서 그런지 또 출혈이 시작되었습니다. 병원에서도 37주가 지나 계속 약을 맞고 있는 게 의미가 없다며 수술을 권했고, 자연분만을 하고 싶은 저의 희망을 접고 아이와 저 그리고 가족을 위해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지요.
그렇게 수술대에 올라 두 시간 후 회복하여 이쁜 딸아이를 제 품에 안았답니다. 어찌나 감격스러운지... 회복실에서 올라오는 길에 간호사들이 아기가 깨끗하고 이쁘다며 몽롱한 정신에서도 또렷히 들리더군여. 요가를 해서 양수가 깨끗해서일까... 저도 정말 아기가 이렇게 쭈글하지 않고 낳으지 며칠 된 아이처럼 깨끗한 아기는 처음 봤습니다. 골반펴기 하면서 항상 양수가 깨끗해지라고 생각하며 했거든여. 정말 그래서인지... 그리고 수술 다음 날 젖을 어찌나 야물딱지게도 물고 먹던지...
자연식의 효과일까요... 처음 젖을 먹던 그 식성이 지금 14개월이 되었는데 젖도 잘 먹지만 이유식도 잘 먹고 지금은 어른처럼 밥도 잘 먹고 가리는 것 없이 식성이 아주 좋고 체격도 적당하니 이제껏 크게 아픈 적 없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수술 후 아이에게 젖을 너무 열심히 물려서인지 아이 낳고 병원에서 퇴원한 그날 봉합했던 겉 피부가 벌어져서 다시 재봉합수술을 하는 등 평탄치 못한 출산의 아픔을 견뎌내며 연구원 선생님이 체질에 따라 권해주신 자연식을 6개월 이상 실천했지요. 그 때문일까요 출산 후 다른 산모들처럼 몸보신도 제대로 못하고 그저 미역국과 나물이 주요 먹거리 였는데 어디 크게 아픈데 없이 지금껏 아이 키우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른 아기들도 그러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 아기는 가끔 요가동작을 하곤 한답니다. 다리를 쫙 벌리고 앉아서 논다던지(박쥐자세), 누워서 쟁기자세처럼 다리를 머리쪽으로 향하게 한다던지... 웃기지요? ㅋㅋ 아이가 순하고, 활달하고, 웃음도 많고, 운동신경도 뛰어난지 균형도 잘 잡고 아이 아빠는 벌써부터 아이한테 운동선수시키자고 합니다. ㅎㅎㅎㅎ
요가가 가져다 준 저희 집의 행복을 저처럼 힘들어 하시는 분들께 꼭 권하고 싶네요. 힘들게 가진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게 여러모로 도와주신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이와 손잡고 수련원에서 수련할 날을 기다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