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10시, 바쁜 업무로 늘 늦는 남편을 기다리며 오늘도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명상과 함께 호흡수련을 시작한다. 뱃속 ‘사랑이(태명)’와 함께.
요가를 시작한지 벌써 4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34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한 남편과 나는 결혼생활을 실감하기도 전에 신혼 3주만 에 말로만 듣던 허니문베이비를 갖게 되었다. 우리는 기쁨보다는 놀라움에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10여년의 불규칙한 직장생활과 결혼이라는 커다란 변화 때문이었는지 내 몸은 임신과 함께 혼란에 휩싸여졌다. 심한 입덧과 처녀적부터 고생하던 만성적인 두통, 어깨결림, 허리통증 등 온몸이 구석구석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아파왔다. 한달 이면 몇 번씩 병원응급실을 찾고 임산부라는 죄(?)로 아무 처방도 받지 못한 채 울면서 돌아오고…… 돌이켜보면 임신초기의 내 모습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행복한 임산부가 아닌 육체적 고통으로 정신적으로도 메말라가고 있었다. 공연히 모든 탓을 남편에게로 돌리며 짜증내고 원망스러워했다.
그러던 중 평소 관심이 있었던 요가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홍익요가연구원의 임산부요가를 등록하게 되었다. 남들은 태교와 자연분만이라는 보다 높은 이상으로 임산부요가를 선택하였지만 난 임신 10개월이라는 고단한 여정의 짐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하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동기에서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매일 오는 것이 부담스러워 주3일을 수련하였는데 그 동안의 내 몸을 추스리기에는 부족했는지 하루는 요가수련, 하루는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이렇게 한 달을 보내고 좀더 수련만으로 버틸 수 있는 기운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2달째부터는 매일반을 수련하게 되었다.
그렇게 임신4개월에 시작된 나의 수련은 이제 8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4개월동안 내 몸은 나 자신도 속일 수 없을 정도로 정직하게 내가 수련한 만큼 변화해오고 있다. 하루의 수련으로 하루를 버티고 다음날 수련시간쯤이면 다시 몸이 무거워지고 주말이면 수련을 안 해 다시 몸이 아파오고 그러기를 반복하다가 요즘은 이제 주말 정도는 무사히(?)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가 모여지고 있다. 나의 이런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남편은 요즘도 매일 출근해서 오후면 전화로 요가연구원에 갔다 왔는지를 체크한다.
이제 임신 8개월! 처음에는 아픈 몸을 핑계로 자연분만은 생각도 못했지만 그 동안의 요가수련은 내게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내내 열심히 수련한 내 자신을 시험하고픈 용기를 주게 만들었다. 우리 사랑이와 내가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 자연분만이라는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싶은 용기 있는 예비엄마로 거듭나게 해주었다.
남은 2개월, 전에는 두려움의 시간이었지만 이제 내게는 기대와 설렘의 시간으로 다가오고 있다. 임신기간 동안 매일 수련과 명상을 통해 태아와 내가 함께 숨쉬고 함께 인내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정서적 교감을 나누었음을 나는 느낄 수 있다. 이 교감 속에서 나는 분만의 고통이라는 신비한 체험을 나의 몸과 마음으로 태아와 함께 받아들이리라 다짐해본다.
그날까지 오늘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홍익요가원의 문을 두드리게 될것이다.
박O규님:업무상 컴퓨터를 많이 다루던 관계로 늘상 어깨결림등으로 고생하던중, 홍익요가연구원 부설 자연분만아카데미에서 임산부요가를 수련하면서 육체적 편안함을 물론 정신적으로도 강해진 자신을 보며 오늘도 한결같이 수련중인 예비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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